2015. 3. 22. 23:47


-신화 17주년 기념 콘서트 WE 를 기념하며,신화에게 쓰는 감사의 글 


평생 [환상 속의 그대] 로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이 말에 대하여 "상상"이 아니라 "현재 심경"을 말 해 줄 수 있을 만한 존재로서 가장 적합한 것은 아마도 신화일 것이다. 데뷔 17년차, 가능한 한 계속 아이돌존재하겠다고 다짐한 듯이 보이는 그들. 사실, 나는 할 수만 있다면 실제로 그들에게 그 의미에 대해서 묻고 싶다. 도대체 왜 아직도 아이돌을 하려 하냐고. 그 의미는 알고 있긴 한거냐고 말이다. 


이런 물음이 떠오르는 이유는, 아이돌이 실은 누구에게나-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에게도 창작하는 사람에게도-"잠시 간의 환상놀이" 라는 전제를 가지고 시작하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아이돌은 우상이며,  영원한 짝사랑의 대상이다.  그리고 모든 짝사랑은 기본적으로 타자화이다. 모든 연예인이 그런 속성을 가지겠지만 영화티켓을 파는 것도, 앨범을 파는 것도 아닌, 누군가로부터 기획된- 그러나 "나와 유리되지 않는 캐릭터"를 파는 숙명의 직업, 아이돌은 분명 가장 스스로를 많이 소모시키는 활동임이 틀림 없다. 


따라서 일정 시기를 지나 이제는 "아이돌을 거부" 하는 이들에게 아이돌은 마치 "탈출해야 하는" 어떤 굴레 인 듯이 보인다. "아이돌 꼬리표"를 이제는 떼고 싶다는 과거 아이돌 출신 연예인들이 한 다스다. 그들이 상정하는 아이돌의 위치는  팔 수 있는 예기가 모자라 스스로를 팔아야 하는 상태다. 그들은 스스로의 예기가 이제 충분하니 "나는 더이상 아이돌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제 아이돌에 질려버린 그들 뿐 아니라, 이제 막 아이돌로 데뷰한 이들도 늘 아이돌 이후의 미래를 이야기 한다. '솔로 아티스트가 되고싶어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버라이어티 MC가 목표에요.' 

그렇다. 실은 그 누구도 아이돌을 평생 하고싶은 일로 생각하지 않는다.


 자연스러운 이야기다.  "보여주기 위한 이상적인 상태"라는 건 늘 일시적이기 마련인데, 아이돌에게는 "늘 이상으로 있을 것"이 요구된다. 기획된 존재로서 아이돌들은 그들이 아이돌로 있는 한, 고작 3~4분의 무대 그 속에서 완성도 높은 자신의 캐릭터와 예기를 선보이고, 그보다 더 중요하게 - 그런 자신들을 향한 팬들의 환상까지도 모두 소화해야 한다. 아이돌이란 건 그런 상품인 것이다. 




그래서 신화가 다시 돌아왔을 때, 그들에게 느낀 것은 고마움과 함께 경이로움, 그리고 일말의 의심이었다. 댄스곡 해도 괜찮냐는 유희열의 질문이나,  그보다 훨씬 더 많았을 대중의 질문과 궤를 같이하는. 

이런 물음을 충분히 예상한 듯, Venus와 This Love에서 신화는 새로운 대형이나 장르를 시도해가며, 시간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해야 아이돌로 존재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 시도는 나름대로 성공한다. 이들은 비록 정공법이 아니라도 그들만의 어레인지로 여전히 멋진 무대를 만들며, "오빠는 아이돌을 할 거야." 라는 의지 만큼은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17주년을 맞이한 이들의 무대는 또다른 완성형이다.  팀과 개인의 밸런스가 정확한 표적의 무대는 개개인의 캐릭터를 명확하게 살린다.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어떤 캐릭터가 곡의 어떤 부분과 어떻게 맞을 지 정확히 알고, 가장 빛나는 부분의 자연체를 그 자리에 박제한다.  

 나는 이번 활동을 보며 그들에게 기획된 모습이 부여되었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 신화라는 그룹은 스스로 기획의 권한을 가지고 자신들을 리소스 삼아 여전히 "환상"을 연출하고자 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그리고 그런 무대를 통해, 그에 걸맞는 사랑을 받고자 한다는 느낌을. 


17주년 콘서트 오프닝곡은 무려 16년 전 곡인 T.O.P 이다. 신화는 기존 콘서트에서 최신 트렌드에 맞게 어레인지하여 보여주었던 이 곡을 하나도 건드리지 않은 오리지널 안무 버젼으로 소화했다. "이 곡을 꼭 원곡 안무그대로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한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한가?


콘서트를 통해 나는 신화는 스스로 아이돌이고자 한다는 선언을 듣고 왔다. 청소년기를 지나 나름의 정점을 찍은 사람이 자유의지로 아이돌을 "선택한" 전례를 나는 여태까지 본 적이 없다. 앞으로 또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그 각오를 아는 만큼 기대가 된다. 신화는 매우 실험적인 의미로, 역사를 쓰고 있다. 



Posted by L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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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466084832 2016.06.16 22: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보고가요~

  2. 1467042662 2016.06.28 00: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알찬 정보 좋네요~